영화관, 뮤지컬 공연장 방문과 아키텍처 문제

영화관, 뮤지컬 공연장 방문과 아키텍처 문제

일요일 오전 갑자기 생긴 영화무료 입장권과 뮤지컬 입장권으로 하루가 바빠졌다. 
뮤지컬 입장권은 미리 계획된 것이었으나 영화표는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만료일자가 다가와서 더 이상 미룰수 없게 되었다. 하루에 2종류 문화생활을 하자니 좀 정신없을 것 같기도 오늘 하루는 좀 마음편하게 즐기기로 하였다.

명동에 롯데 시네마로가서 어떤 영화를 볼지 아내와 얘기하다가 건축학개론을 보기로 하였다. 
좌석선택을 할 수 있도록 판매원이 모니터를 보여줬는데 뒷쪽 자리는 거의 없고 앞에서 4번째 줄 정도의 자리가 비어있어서 앞쪽이라 불편하지 않을까 조금 걱정을 했지만 다른 위치가 없어서 그대로 선택을 하였다. 

영화관안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자리에서 스크린까지의 각도가 윗쪽을 보도록 되어 있어서 영화를 볼 때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의자 등받이가 뒤로 더 제쳐질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큰 불편없이 볼 수 있었다.

건축학 개론은 대학생 때 첫사랑에 대한 내용의 영화인데 건축학 개론 수업을 들으면서 교수님의 과제를 수행하면서 남녀 주인공이 가까워 지게 된다. 자세한 스토리는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서 생략하기로 한다.  한가인과 엄태웅의 연기도 괜찮고 줄거리도 내 나이 또래의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정말 괜찮은 영화였다.

사실 나는 대학입학시에 건축학과와 전산과 산업공학과 등을 두고 나름 고민을 했었다. 당시 복수 지원이 가능한 때라서 건축학과도 합격했으나 최종 결정은 산업공학을 하고 지금 직장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설계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건축이란 분야가 어느정도 소프트웨어와도 통하는 면이 많아 보일 때가 많다.
특히 SI분야가 더욱 그런 것 같다. 고객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제한된 자원을 활용하여 계획된 설계내용으로 최종 결과물을 납품하는 형태이니, 제안서 작업부터 감리, 사업관리 등 많은 프로세스가 유사한 점이 많은 듯 하다. 소프트웨어쪽 디자인 패턴같은 경우는 건축가 크리스토퍼 알렉산더가 건축학에서 고안된 것을 시초로 하여 발생되었다고 하니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대학생 때의 순수한 감정들도 느낄 수 있었지만 건축이란 분야에 다시한번 예전에 가졌던 흥미와 호기심이 느껴지기도 했다. 손으로 설계한 내용이 실제 생활할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으로 창조된다는 점은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사용할 때의 그런 기쁨 못지 않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뮤지컬을 보기위해 잠실로 이동해서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닥터 지바고' 란 뮤지컬이었고 러시아의 대격변기의 남녀간의 운명적인 사랑 같은 내용이었다. 그런데 지정된 좌석에 앉으면서 무대쪽을 보는데 앞사람의 머리가 정확히 나의 시야를 가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처음에 앞사람의 앉은 키가 아주 크거나 머리가 아주 커서 그런지 하고 앞줄의 옆 자리들을 봤다. 그런데 남자들이 앉은 경우는 거의 비슷한거 같았다. 물론 내 앞자리 분이 좀 더 커 보이긴 했지만... 뮤지컬이 1부 2부로 나뉘어서 진행이 되는데 중간 쉬는 시간에보니 앞자리 사람도 쉴 때는 좀 더 내려가는 것으로 봐서  왠지 그 앞쪽의 사람의 머리로 시야가 가려서 그런지 좀 더 꼿꼿하게 앉아있어 보였다. 뭔가 공연장의 좌석배치가 구조적으로 잘 못 되어있다는 걸 알았다. 
영화극장같은 경우는 대게 스크린이 윗쪽에 설치되어 있고 각 자리들간의 높낮이 차이가 커서 최근들어서 앞사람의 머리가 시야를 가리는 경우는 없었다. 또 앞쪽 좌서의 보는 사람의 목이 아프지 않도록 등받이가 뒤로 더 넘어가도록해서 자연스럽게 눈의 각도와 스크린의 각도가 직각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뮤지컬공연장의 경우는 스크린 전체가 아니라 무대 위를 보기 때문에 좀 더 볼수 있는 각도에 제한이 있을 것이다.
또 좌석간의 높낮이 차이가 매우 적었다. 뭔가 음악소리의 울림을 위해서 그런것인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높낮이 차이를 두는 것은 어차피 단위 면적당 좌석이 차지하는 비율은 동일하므로 공연장 입장에서도 큰 비용차이는 없을 텐데 말이다. 만약 소리의 울림과 관련이 있다면 최소한 의자들이 일직선으로 배치되지 않고 앞사람들의 머리 사이로 볼 수 있는 시야가 좀 더 확보될 수 있도록 구성하고 각 좌석들의 높낮이를 좀 더 중심점에 시야가 잘 확보되도록 부채꼴 형태로 높낮이가 다르게 구성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영화를 볼 때와는 다르게 시야가 방해가 되니 횔씬 비싼가격의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집중도는 정말 최하가 되었다.
한쪽눈은 무대를 볼 수 있고 한쪽눈은 앞사람 머리를 보게되니 그 차이로 인한 두통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무대과 좌석배치를 설계하는 아키텍트가 좀 더 세심하게 설계를 했더라면, 최소한 영화관 정도의 아키텍처를 고려해서 구성했더라면 이렇게 불편한 경험을 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한번 구성한 아키텍처를 쉽게 바꾸기는 힘들 것이다. 또 그 변경에 따라 감소되는 효용들도 있을 것 같다. 소리의 울림이나 관객이동시 안전 들 내가 알지 못 한 다른 요소들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구사항인 관객의 편안한 관람이라는 중요 아키텍처 드라이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한것은 아닐까 한다. 영향을 미치는 각 요소들의 적절한 트레이드오프점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할텐데 이번 뮤지컬 공연장은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못 한 것 같다.

닥터지바고라는 뮤지컬의 감동은 제대로 느끼지 못 했지만 건축과 아키텍처 그리고 잘못된 아키텍처가 얼마나 불편을 주는지 알 수 있었다.  소프트웨어도 설계자의 입장을 떠나서 실 사용자의 입장에서 바로보는 관점의 전환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실제 사용하는 사람이 불편하고 본연의 가치를 전달하지 못 한다면 해당 공연장을 다시 찾지 않는 것처럼 해당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려는 사람도 없을 테니 말이다.